악마는 이렇게 말했다
30년 동안 캄캄한 토굴에서 지내다
세상 밖으로 나온 남자.
그는 인간인가, 짐승인가, 악마인가,
선지자인가.
곁에 두고 평생 읽을 책.
소설책이라 쓰고, 명언집이라 읽는다.
30년 동안 캄캄한 토굴에서 지내다 세상 밖으로 나온 남자.
그는 인간인가, 짐승인가, 악마인가, 선지자인가.
곁에 두고 평생 읽을 책. 소설책이라 쓰고, 명언집이라 읽는다.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는 철저히 악마화 된 인간, 인간을 대신해 죽은 신, 천사를 타락시키는 악마를 서사시적으로 묘사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신의 종말, 천사의 저주, 악마의 죽음, 인간의 타락, 짐승의 멸종을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논하고, 노래하고, 회억(回憶)한다. 이 역설적이면서도 부조리한 회억은 과거를 되새기고, 반성하고,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저주와 조소와 비난의 읊조림이다. 이미 죽어서 궤란(潰爛)의 무덤 속에 자리 잡은 미래는 신조차도 살릴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그 되살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인간은 차라리 창조주를 어둠의 동공 속으로 던져 버린다. 그리하여 인간으로부터 버림 받은 신과 천사와 악마는 궤란의 무덤 속에서 스스로의 죽음을 재확인한다.
도서출판 글여울에서 출간한 최인 작가의 네 번째 장편소설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가 칼날 같은 바람을 뚫고 2023년 1월, 세상에 나왔다. 처음에는 250매 분량의 중편으로 쓰여졌다. 이후 문예지에 발표까지 했던 터라 언젠가는 출간하리라, 최인은 생각했다. 그러던 2022년 어느 봄날, 그는 불길한 꿈을 꿨다. 자전거를 타던 중이었고, 자전거 도로 양옆에는 벚꽃이 만개했다.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에 취해 있는 순간, 오른쪽 숲속에서 커다란 사자가 양발을 벌리고 내 몸과 자전거를 동시에 덮쳤다. 나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필사적으로 사자의 발톱을 피했고, 사자는 자신의 중량과 속도를 이기지 못한 채, 반대편 쪽 바위에 머리를 부딪치고 쓰러졌다. 그때 뒤따라오던 자전거가 사자의 몸을 깔아뭉개고 재빨리 도망쳤다. 나는 남자를 따라 도망치려다가 ‘죽어 가는 생명체를 내버려 두고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숨이 넘어가는 사자의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p3/작가의 말)
이후 깨어난 사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신이 할 유일한 선행은 그대로 내 밥이 되는 것이오.”(p3/작가의 말) 사자는 목숨을 구해준 자를 잡아먹으려 이빨을 드러냈고, 최인은 그대로 잠에서 깨어났다. ‘악(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유(思惟)에 깊이 매료된 작가는 집필해 두었던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를 꺼냈다. 그는 2개월 만에 초고 2000매를 집필했으며, 그 후 4개월간 퇴고해 소설을 완성시켰다.
p18
산다는 것은 곧 죽음 위를 걷는 영혼의 그림자와 같다. 삶은 언제나 죽음을 밟고 서 있으며, 그 위를 걸어갈 수밖에 없다.
p221
“나도 사실 반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오.”
그가 말했다.
“왜 마음이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남자가 말했다.
“번듯한 집이 있고, 어엿한 자식이 있어도… 아무도 신경을 안 쓰니 가난한 사람이지요.”
p273
그대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고, 천 명의 죽음은 살육이고, 만 명의 죽음은 혁명이라는 것을 아는가?
p341
“애매한 말은 거짓말의 시작이고, 커다란 외침은 강요의 시작입니다.”
p343
진실을 말할 용기 없는 자들이 거짓말을 일삼고, 진실을 실천할 용기가 없는 자들이 위선을 일삼는다.
p344
진리를 갈구하는 자들이여, 이것을 아는가?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는 날이 있다는 것을.
p350
“젊은이한테 있어서 가장 불행한 것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일을 미친 듯이 한다는 거야.”
p367
그대들 재산을 많이 가진 사람이 그것을 자랑하더라도, 그 재산을 잘 쓰고 있는지 알 때까지 칭찬해서는 안 된다.
p428
“당신은 악마를 만나 봤소?”
남자가 말했다.
“늘 만나고 항상 마주칩니다. 우리 곁에 무수히 많으니까요.”
p432
한 사람을 죽이면 그는 살인자이다. 수만 명을 죽이면 그는 정복자이다. 모든 사람을 죽이면 그는 신이다. 전 인류를 멸망케 하면 그는 악마이다.
p462
남자는 흰 천으로 감싼 항아리 2개를 지게에 얹어 놓고 있었다. 도심 속에서 지게를 지는 것도 이상했지만, 흰 천으로 감싼 항아리는 더욱 수상했다. 그는 술을 마시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지게 위에 얹어 놓은 항아리는 무엇이오?”
남자가 술을 한 잔 마시고 대답했다.
“슬픔입니다.”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항아리가 슬픔이라니?”
남자가 가라앉은 소리로 말했다.
“제 슬픔의 모든 것입니다.”
그가 항아리를 보면서 말했다.
“그러면 누구의 유골이라도 된다는 말이오?”
남자가 침울한 얼굴로 대답했다.
“네, 제 어머니와 아버지 유골입니다.”
p474
우리는 흔히 신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우리 뜻대로 되기를 바라면서 기도한다.
p487
말이 오해될 때가 아니라, 침묵이 이해되지 못할 때 인간관계의 비극은 시작된다.
p487
이쪽에서 정성껏 얘기하고 있는데, 농담을 지껄이는 것처럼 못 견딜 것은 없다.
p502
가장 위대한 사랑이란, 그리워하다가, 질투하다가, 증오하다가, 그 사랑을 고백하고, 그 사랑을 추억하다가, 그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다.
제목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
지은이 최인
분류 장편소설
크기 225mm x 152mm 신국판
발행처 도서출판 글여울
발행일 2023년 1월 1일
페이지 567p
가격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