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그 화려한 역설 ◎ 개정판

1억원 고료 국제문학상 수상작

초판 2021년 3월 21일

2쇄 2023년 5월 1일

10% 할인가 16,200원

정가 18,000원

1억원 고료 국제문학상 수상

69개의 표지 비밀풀기 프로젝트 ◎ 상금 5000만 원

※본 개정판에서는 초판본의 본문, 표지 등 220개의 비밀을 69개로 대폭 줄여, 어렵게 느껴지던 비밀 풀기의 난이도를 낮췄다. 

세상은 지금 혼란, 그 자체다. 

종신형에 처한 이카로스가 감옥을 탈출했고, 여학생들은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 아이들은 방황하고, 이카로스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을 죽인다. 실종되는 사람이 점점 늘어간다. 비는 세상을 집어 삼킬 것처럼 계속 내린다. 

“가능성은 충분하지. 비가 사십 일 이상 그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야. 모든 게 아틀란티스가 사라지던 때하고 비슷하거든.”

어느 날 유리가 사라졌다. 그 무렵, 450형을 선고받은 흉악범 이카로스가 탈옥했다.

모제는 유리를 찾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그 어디에서도 유리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유리를 찾다가 우연히 나이트클럽의 지하부로 들어간 모제는 중세기사 복장을 한 사람들과 이상한 물건, 이상한 시설, 이상한 인물들에 호기심을 느낀다. 그곳에서 모제는 예수와 비슷하게 생긴 집주를 만난다. 40개나 되는 그리스 신들의 방, 예수의 고난과 원죄를 묘사한 그림들, 음침한 중세식 복도와 육중한 철문,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세 등 위대한 인물들의 조각상, 물속으로 잠겨가는 수많은 방, 물을 퍼내고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 집주는 그 지하세계가 자신이 2000년 걸려 만들고 지켜온 것들이라고 말하며, 곧 이 지하세계가 물에 잠길 것이라 한다. 집주는 모제에게 그뤼포스의 후예답게 선하고 의로운 사람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돔과 고모라의 시대처럼 이 지구상에 흰브르의 겨울이 닥칠 것이라면서….

가벼움 속에 진지함과 깊이감을 숨기고 있는 이 소설은 결국,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문명, 그 화려한 역설>은 급진적인 현대문명과 왜곡된 자본주의에 대한 묵시록적 기록이다. 특히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서구사상과 서구문명이 다다른 막다른 골목을 냉정한 눈으로 지켜보며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이 무거운 주제의식을 가볍게 다루는 방법을 선택했다. 

소설 속의 세계는 가볍고 경쾌하고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다. 춤추고 노래하고 술 마시고 섹스하며, 사소한 것에 탐닉하는,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젊은 인물들이 소설을 끌고 간다. 모제와 집주와 이카로스는 상징으로 가득 찬 이 소설의 중심축을 이루는 세 명의 인물이다. 또한 형사 모제(27세)는 풍요와 자유의 얼굴을 한 신세대 문화의 전형적인 수혜자이다. 그는 21세기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이른바 자유분방한 형사이다. 

모제는 삶에 대한 집착도 목적도 없다. 

순간을 즐기고 소비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팝송, 패스트푸드, 양주, 자유로움, 바, 나이트클럽, 섹스 등이 모제를 나타낼 수 있는 기호이다. 새로운 세대의 형사답게 모제 주변에는 수많은 여자들이 있다. 여자친구 유리(24세), 편한 친구 파라(27세), 술집 호스티스 디나(22세), 마담 지바(37세), 친구 동생 마리(20세), 화교 나래(20세), 번역작가 미사(35세), 꽃집을 경영하는 피여나(24세), 가출 학생 다미(16세)가 그들이다. 그들 중 유리는 이 혼탁한 도시문명에서 발견하기 힘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여자이다. 

그런 유리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소설은 현재형 문장 특유의 빠른 속도감과 풍요한 자본주의 사회의 여러 기표들에 대한 산뜻한 묘사로 쉽게 읽히는 미덕을 지녔다. 작가는 이렇게 화려하고 산뜻한 포장지 속에 비수를 숨겨 놓았다. 그 비수는 작고 둔중하면서도 날카롭다. 서구사상사와 문명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창조해낸 인물과 사건들은 하나같이 상징적이다. 

이 소설의 주제는 진지하다. 그러나 전혀 무겁지 않다.

 빠르게 읽히는 문체와 기발한 이야기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최인의 소설은 늘 그렇듯 흥미롭고 재미있고 반전의 묘미가 있다. 그리고 시대의 아픔과 상처와 모순을 지적하고 세련되게 아우른다. 달콤하고 세련된 문장을 선물상자 속에 포장한, 한마디로 경쾌한 신세대형 소설이다, 라는 평이 말해준다. 

이제 더 이상 신세대란 용어는 쓰지 않지만, 신세대든 MZ세대든 이 소설에서는 상관없다. 시대의 청춘을 가리키는 용어는 계속 바뀌어도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여기 문명, 그 화려한 역설 속에 흔들리며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 책의 첫 페이지를 넘겨보라. 어느덧 각각의 인물들에게 몰입되어 자칫 ‘화려해 보이는’ 그들의 미래를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 모든 것이 역설적이고 불투명하고 모순적일지라도. 

본 개정판에서는 초판본의 본문, 표지 등 220개의 비밀을 69개로 대폭 줄여, 어렵게 느껴지던 비밀 풀기의 난이도를 낮췄다. 독자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기발하고, 짜릿한’ 이야기에 더불어 표지에 감춰진 69개의 비밀은 놀라울 정도로 치밀한 작가의 상상력에 대한 증거가 아닐까. 내용만으로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한데 비밀까지 숨겨져 있다니. 누군가 이 책을 펼쳤다면 감탄하며 책장을 넘기는 일만 남았다.

“달콤하고 세련된 문장을 선물상자 속에 포장한, 한마디로 경쾌한 신세대형 소설이다. 후기자본주의 사회가 꽃피운 성의 범람을 중심축으로, 예술 전 분야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속도감 있게 전개한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경박한 듯하면서도 저변에는 문명 비판의 예리한 비수를 숨기고 있다.” ― 김원일(소설가)

“경쾌하게 읽히는 이 소설은, 요즘의 젊은 세대들의 삶의 조건인 문화적 분위기를 십분 발휘하면서, 현대문명의 파괴적인 양상에 대한 강한 비판이 숨어 있다. 특히 이 소설은 가벼운 문체로 무거운 주제를 풀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 김병익(문학평론가)

“이 소설을 당선작으로 뽑은 것은, 이 작가가 소설을 끝까지 이끌어 나가는 기량과 솜씨가 탁월했다. 그리고 작가가 가진 해박한 지식과, 소설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한 가지인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 김주영(소설가)

“상당히 공을 들인 스피디한 문장. 거침없는 상상력과 지적 탐구심. 세계를 바라보는 문제의식 등이 소설적 재미와 맞물려 현 소설작단에 새로운 충격을 보태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제 이 작품과 이 작가는 우리 문단에 새로운 활력으로 편입되었다.” ― 이복구(소설가)

“희망 없는 시대를 종말론적 알레고리로 담아낸 이 소설은, 장편을 감당할 만한 단련이 엿보이고, 현실의 결을 예각적으로 살폈다고 판단되는 작품이다.” ― 황국명(문학평론가)

p171

이 사회에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는 인간이 존재하더라도 그는 그 결과에 의해 파멸될 것이다.

p185

지하클럽, 유토피아, 델로피아, 지하부, 40개의 룸. 나는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떠다니는 기억을 더듬는다. 하비, 미소리, 지배인, 집주. 그러나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p203

바이스탠더. 그게 적당한 표현이야. 어떤 것에든 적극적이지도 않고, 소극적이지도 않고, 한발 물러나 세상을 보는 시선.

p286

“나 잔인한 일을 저질렀어요.”

“무슨 일을 저질렀는데?”

“스폰해 주는 남자 페니스를 잘라서 소시지처럼 튀겼어요.”

p353

“가능성은 충분하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알 수 있잖아. 지진이나 화산이 폭발하는 것도 그렇고, 쓰나미가 강타하는 것도 그렇고, 비가 사십 일 이상 그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야. 모든 게 아틀란티스가 사라지던 때하고 비슷하거든.”

p355

인류를 멸망시키려면 먼저 문명을 타락시켜라. 만 년 전에 사라진 아틀란티스가 좋은 예고.

제목 문명, 그 화려한 역설

지은이 최인

분류 장편소설

크기 225mm x 152mm 신국판

발행처 도서출판 글여울

발행일 <초판> 2021년 3월 29일 <개정판>2023년 5월 1일

페이지 <초판> 544p <개정판> 496p

가격 <초판> 20,000원 <개정판> 18,000원